김부겸이 전선야곡을 부른 이유 — 작고한 아버지에게 바친 마지막 유세의 노래
2026년 6월 2일 밤, 대구 동성로. 경영난으로 5년째 문을 닫은 옛 대구백화점 본점 앞에 마지막 유세 현장이 차려졌습니다. 한때 '대구의 명동'으로 불리던 그 자리에서,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. "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..." 전선야곡이었습니다. 그리고 눈물이 흘렀습니다.
동성로에 울려퍼진 전선야곡 — 6월 2일 그 밤의 기록
장소 선택부터 메시지였습니다. 대구 경제의 상징이었던 대구백화점 본점이 문을 닫은 지 올해로 5년. 그 폐허 같은 건물 앞에서 마지막 유세를 연 것은 "이게 지금 대구의 현실"이라는 선언이었습니다. 김부겸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"대구는 섬유가 잘 나갈 때 그 다음 준비를 안 했다. 33년째 GRDP가 전국 최하위"라고 했습니다.
연설이 끝나갈 무렵, 그는 준비된 멘트가 아닌 노래를 꺼냈습니다. 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을 것입니다.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하나였습니다. 전선야곡(戰線夜曲).
그 밤 동성로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나 📺 마지막 유세 현장 기사·영상 보기 →전선야곡이란? 전장의 밤을 지킨 70년 전 노래
전선야곡은 6·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발표된 가요입니다. 유호 작사, 박시춘 작곡, 가수 신세영이 불렀습니다. 흥미롭게도 이 노래는 대구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. 전쟁 중 대구에 머물던 박시춘이 이곳에서 곡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.
가사는 전장의 달밤, 잠 못 이루는 병사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입니다.
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
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
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
아~ 그 목소리 그리워
60만 대군의 위로곡이 된 이 노래를, 김부겸은 왜 선택했을까요.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를 아버지에게 바친 이유가 있었습니다.
전선야곡, 직접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? 🎵 전선야곡 원곡 지금 바로 듣기 →아버지와 아들 — 담배꽁초를 줍던 손, '단디해라'는 목소리
김부겸의 아버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. 그 아버지는 선거 때마다 후보인 아들보다 더 부지런히 유세장 바닥을 돌며 담배꽁초와 휴지를 주워 다녔습니다. 화려한 조직도, 무대 위 자리도 아니었습니다.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, 아들의 선거를 그렇게 도왔습니다.
김부겸은 이날 유세에서 "하늘나라에서 지켜보시며 '단디해라, 당당하게 해라'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"고 했습니다. 경상도 말로 '단디'는 '제대로, 똑바로'라는 뜻입니다.
그리고 그는 노래를 불렀습니다. 아버지가 어린 시절 집에 돌아와 불러주시던 바로 그 노래, 전선야곡을.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였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불러준 노래였고, 이제 아들이 하늘의 아버지에게 그 노래를 돌려드렸습니다.
33년 최하위 대구, 전선야곡이 던진 질문
김부겸에게 이번 선거는 열 번째 출마, 대구에서는 다섯 번째입니다. 그는 이날 "어쩌면 제 인생에 이게 마지막 유세가 될지도 모른다"고 했습니다. 국무총리까지 지낸 정치인이 다시 대구에 마지막 승부를 걸었습니다. "국무총리까지 지낸 것은 대구 시민들의 은덕"이라는 말이 그 이유였습니다.
전선야곡의 병사는 전장에서 고향을 그립니다. 지금 대구의 청년들은 반대입니다. 이미 떠났거나, 떠날 준비를 합니다. 33년째 GRDP 전국 최하위인 도시에서. 김부겸이 이 노래를 고른 것은 "아들딸이 떠나지 않는 대구, 다시 돌아오고 싶은 대구를 만들겠다"는 약속을 가장 짧게 전하는 방법이었는지 모릅니다.
아버지가 담배꽁초를 줍던 손길로 일궈준 이 선거판에서, 아들은 마지막 노래를 불렀습니다. 대구의 유권자들이 그 노래를 어떻게 들었는지는, 6월 3일 투표함이 열릴 때 알 수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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